마파람이 불면 마파람이 불면 오슬 오슬한 습기를 머금고 바람이 불면은요 보글 보글 거품을 문 게들이 까닥 까닥 딱지 속에 눈을 감추고요 엊그저께 모를 심은 뒷집 아저씨는 자전거에 삽을 챙겨서 다랭이로 가고요 어느해 오월에 바람같이 사라졌다가 석달만에 나타났다던 광주 사는 외 삼촌은요 뼈 마디 마디에 .. 스토리1 2006.09.01
해바라기 해바라기 다 못 버린 적산가옥 모여 사는 골목 어귀 해 따뜻한 날 할매 한분 어쩌다 보이는 차 한대 엉겅퀴같은 손 어여와,손갈퀴로 함박 웃고 영문 몰라 지나치면 쪼끔만 더있다 가 알았어,잘가 또 언제 와? 다시 흔드는 손사래 부스스 떨어지는 검버섯 부스러기 아무나 보면, 아들 셋을 서울로 보낸 .. 스토리1 2006.09.01
웃음 웃음 나는 웃음을 '파 ~ 하'하고 웃는다 '파'에는 바다가,수평선이 오월의 신록이 비 갠 유월의 밤 하늘이 있고 '~'로 번져가는 너울에는 그 누구의 탄생과 소멸 사이의 철학이, 처절한 투쟁과 애절했던 사랑이 종소리가 되고 내가 '파'하고 웃으면 ' ~ '로 울려서 몇 년을 떠돌아 아득한 어느 날에라도 당.. 스토리1 2006.09.01
담 (추석무렵) 담 (추석무렵) 누가 왔나보다 뒷집인가,옆집인가 어린 아이 울음 소리 젊은 웃음 소리 높지도 않은 담을 이제서야 넘어오는 새벽 다섯시 반 신문 던져지고 아침 일곱시면 대문 잠기고 변기 물 내리는 소리 어쩌다 갈치 굽는 냄새 우리집에서도 가끔 흘러 넘쳤을 청국장 끓이는 냄새 빈틈이 없던 대문앞.. 스토리1 2006.09.01
만재도 (첫사랑) 만재도 (첫사랑) 그 소녀 순례는 부끄러워할 줄밖에 몰랐다 열두살 무질(1)을 배우며 미역을 베는데 잠뱅이(2) 대신 입은 메리야쓰가 자꾸 몸에 달라붙어 동백꽃 망울마냥 도드라진 가슴이 육지로 가고싶은 만큼씩 커져만 가고 미역은 보이지 않고 나는 차마 눈길 줄 데 없어 먼데만 바라보는데 그 푸른.. 스토리1 2006.09.01
도요새에게 길을 묻다 도요새에게 길을 묻다 길위에 있는 화살표의 지시대로 좌회전도 하고,우회전도 하고 유턴도 하면서 여지껏 열심히 달려왔는데 겨울 바닷가에서 그들은 화살표의 반대 방향으로만 가고 있었던 것이다 부리 긴 새들은 그 긴 부리로 가끔씩 화살표 뒤에 쉼표나 마침표를 콕 콕 찍어 놓기도했다 누구는 .. 스토리1 2006.09.01
일탈을 꿈꾸며 일탈을 꿈꾸며 딸아이에게 운전을 가르치며 황색 중앙선은 절대로 넘어 가선 안되고 횡단보도 앞에 정지할 때는 앞 범퍼가 정지선을 넘어가지 않게 하고 급출발 급정지를 자주 하면 연료 소비가 많아지고...... 생각해 본다 우리네 살아가는 이치에도 요렇게 똑 맞아 떨어지는 법규가 있어 거기에 맞춰.. 스토리1 2006.09.01
소문 소문 겨울 변두리 쌈지 공원 한 줌 잘 마른 낙엽이 후루룩 바람에 흩어지는 줄 알았더니 한 무리 참새떼들이 내가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먼저 알고 놀래 날아 오르는 것이었다 그들은 항상 나보다 먼저 생각하고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었다 푸르륵 구기자 나무 울타리로 몰려 가더니 무.. 스토리1 2006.09.01
흔적 흔적 나는 전생에 물고기였다 아니,조상 어느 대(代)부터였지 눈만 감으면 물살에 휩쓸린 파래며 미역, 감태들이 하늘거리고 조피볼락 쏨벵이들이 헤엄을 친다 바다는 깊어질 수록 빛으로부터 점점 멀어져,여기가 심해인가 싶을 때면 잠이 들곤 한다 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병마와 싸우던 아버지의 마.. 스토리1 2006.09.01
봄비 봄비 오늘밤 잠자기는 죄 틀렸다 우리 누리 초등학교 4 학년때 가슴에 뾰루지 날려고 아프다고 약 발라 달라더니 열아홉 지난해엔 사랑니 날려나 퉁퉁 부었다며 벌건 잇몸을 다 보여주데 어젯밤 내린 비에 월명산 어느 자락 벌겋게 부어 올라 된통 아릴테고 청소년 수련원 도서관옆 등산로에선 누가 .. 스토리1 2006.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