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흔적

보배59 2006. 9. 1. 21:50
흔적



나는 전생에 물고기였다
아니,조상 어느 대(代)부터였지
눈만 감으면 물살에 휩쓸린
파래며 미역, 감태들이
하늘거리고
조피볼락 쏨벵이들이 헤엄을 친다
바다는 깊어질 수록
빛으로부터 점점 멀어져,여기가
심해인가 싶을 때면
잠이 들곤 한다

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병마와 싸우던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은
쓸 데 없는 머리와 뼈만 남은
생선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평생을 뱃놈으로 살았던 사람
당신이 잡아올렸던 그 수많은
물고기의 모습으로
바다로 돌아가셨다

살아갈 날의 수가
자꾸 줄어드는 요즘
시원하게 좀 긁어 달라며
등허리를 내밀면,아내는
살비듬이 떨어진다며 궁시렁댄다
없어졌던 비늘이 다시
돋아 날려나

한 이만년쯤 후에
바닷가 바위 속에서 발견될
나의 화석이
그동안 꾸었던 꿈들을
어느 인적없는 동굴의 벽에
무채색으로 하나씩
그려 가야겠다
서비 : 깊은 밤
같은 장소를 헤메고 있었고만 ㅎㅎ
멘트삭제 (03/03 02:04)
도전 : 어부는 물고기를 닮고 심마니는 산삼모양으로 발견될지 모른다. 그럼 앞뒤로 비슷한 모양의 시를 내놓은 두사람..어떤 화석일까. 분명 웃는모습일거라..기분좋을만큼 취해서. 멘트삭제 (03/03 03:44)
최종렬 :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가면 어디 가겠습니까. 멘트삭제 (03/03 08:47)
허청 : 손바닥에 상처가 많으시죠?
바다가 고향인 친구가 있었거든요?
조개껍데기에 베인 상처가 많았던.....
시에서 바다 이야기를 많이 볼 수 있겠군요
참고로 저는 징게맹갱외에밋들이 고향이라오~
멘트삭제 (03/03 20:23)
최종렬 : 손바닥 보다는 가슴속에 상처가 더 많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지지리도 못나게만 살았었나 봐요.
그런 것도 '한'이라면 '한'이 될랑가......
그래서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중입니다.
멘트삭제 (03/03 22:07)
토 리 : 바다를 누비셨던 아버지를 떠올렸습니다.
바다를 모르는 우리는 두려운 대상인데...
가슴에 남은 한이 글로 승화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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