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나는 전생에 물고기였다 아니,조상 어느 대(代)부터였지 눈만 감으면 물살에 휩쓸린 파래며 미역, 감태들이 하늘거리고 조피볼락 쏨벵이들이 헤엄을 친다 바다는 깊어질 수록 빛으로부터 점점 멀어져,여기가 심해인가 싶을 때면 잠이 들곤 한다 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병마와 싸우던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은 쓸 데 없는 머리와 뼈만 남은 생선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평생을 뱃놈으로 살았던 사람 당신이 잡아올렸던 그 수많은 물고기의 모습으로 바다로 돌아가셨다 살아갈 날의 수가 자꾸 줄어드는 요즘 시원하게 좀 긁어 달라며 등허리를 내밀면,아내는 살비듬이 떨어진다며 궁시렁댄다 없어졌던 비늘이 다시 돋아 날려나 한 이만년쯤 후에 바닷가 바위 속에서 발견될 나의 화석이 그동안 꾸었던 꿈들을 어느 인적없는 동굴의 벽에 무채색으로 하나씩 그려 가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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