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문(櫛紋) 즐문(櫛紋) 자리를 옮긴 군산 역사(驛舍) 안에 있는 내흥동 발굴 유적전시관에 선사시대 조개무덤에서 나온 토기조각 몇개 붉은색 빗살무늬에서는 매끄러운 동백기름 냄새가 난다 마흔하고 두 해 미역줄기같은 짧은 생에서 고집처럼 쪽지던 어머니 차진 머리 그 참빗의 고른 결마다 고여있던 내 깨복.. 내가 詩라고 우기는 글 2008.03.19
새치 새치 삼월 때를 놓쳐버린 어설픈 눈이 날린다 결빙의 갈림길에서 쌓여서 얼지도 녹아서 흐르지도 못하는 눈도 비도 아닌 너 아니면 살아도 사는게 아니다 애간장 녹는 고백 한 번, 차라리 나를 죽여라 댓닢끝의 서리같은 소리 한 번 못 지르고 누구한테 온전히 스며들지도 거부하지도 못하는 항상, 결.. 내가 詩라고 우기는 글 2008.03.19
풍경 풍경(風磬) -최종렬- 의무적인 저녁을 먹고 일일연속극 앞에 앉아 내 빈약한 상상력을 야금야금 갉아 먹는다 화면 한 귀퉁이에 건전지잔량 표시같은 상상력의 한계라도 표시해줬으면 생각하며 화면 가득히 줌-인된 어느 산사의 처마끝에 물고기 한 마리 금속의 지느러미와 꼬리를 흔들며 온 몸으로 부.. 내가 詩라고 우기는 글 2008.02.26
보길도에서 보길도에서 보고싶다고 만나고싶다고, 다 그리움이라 함부로 이름하지 말자 조심해야 한다는 객관적인 상황이 태풍주의보라는 이름으로 발표가 되고 여객선들의 발이 부두에 묶이자 슬슬 섬들이 육지에서 멀어져 갔다 시퍼런 바다를 하얗게 가르며 철부선을 밀고가던 추진기의 거품처럼 바위에 부.. 내가 詩라고 우기는 글 2007.07.17
?? 자벌레 한 마리가 나뭇잎을 그게 저만의 것인 줄 알고 밑둥까지 갉아 먹고서는 줄기가 끊어져 떨어지는 동안 깨달았던 거라 아 ! 내가 갉아 먹었던 것이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의 전부였구나 하는 이치를 깨닫고서는 탁 ! 무릎을 치는 순간 땅에 닿았던 건데 나는 언제나 탁 소리 나게 땅에라도 한 번 떨.. 내가 詩라고 우기는 글 2006.09.24
패총 패총(貝塚)* (2001,5) 더는 줄 게 없어 껍데기로만 남아 제 모습 다 잃고 옛이야기 다 잊은 체 들숨과 날숨으로 씨줄과 날줄을 삼아 켜켜로 쌓여있는 허망함들 그옛날 석기시대에서도 동백기름 발라 곱게 빗었을 어머니 쪽진 머리 그 빗질이 무늬가 되고 화석이 되었는가 더는 가벼워질 수 없는 것들의 무.. 내가 詩라고 우기는 글 2006.08.18
일탈을 꿈꾸다 일탈을 꿈꾸다 (2005.2) 딸아이에게 운전을 가르치며 황색 중앙선은 절대 넘어가선 안 되고 횡단보도 앞에 정지할 때는 앞 범퍼가 정지선을 넘어가지 않게 하고 급출발 급정지를 자주하면 연료 소비가 많아지고...... 생각해본다 우리네 살아가는 이치에도 요렇게 똑 맞아 떨어지는 법규가 있어 거기에 .. 내가 詩라고 우기는 글 2006.07.28
인력 시장 인력 시장 (2006.04) 며칠 전 귀가길에서 사 온 떨이라는 말로 상표를 대신한 향기가 없는 건 내 오랜 알레르기 비염 때문이라 치고 거죽까지 쭈글쭈글해진 사과 몇 알 날카로운 과도끝을 아니라고,아직도 멀쩡하다고 번뜩이며 한사코 붙잡는 미끌한 저 과즙 동네 문방구에서 산 한 세트에 네 장 들어 있.. 내가 詩라고 우기는 글 2006.07.14
달맞이 꽃 달맞이 꽃 (2004.5) 때는 오월 해는 중천 달맞이 꽃 한 무리 그중 한 송이 유독 화사한데 주말부부 하는 내 아내 휴일 아침이면 보여주던 그 얼굴 어제밤 달이 유난히도 밝았던 그 이유 내가 詩라고 우기는 글 2006.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