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찔레꽃 (2005.7) '찔레꽃'하고 말하면 월남 간 매형 기다리며 불러오는 처녀배를 감추지 못하고 엄마한테 떠밀려 외갓집으로 도망갔던 큰 누님 폐병이라고 하는 몹쓸 병에 걸려 핼쓱해져만 가던 그 소녀, 길례 지금이 오월이라고 온 몸으로 가시 돋혀 말하는 하얀 기억들 그 길례가 서울 어디서 살고 있.. 내가 詩라고 우기는 글 2006.07.05
눈(雪) 나무 눈(雪) 나무 (2005.12) 도대체 어쩌자고 대책도 없이 밤새, 조근조근 내리는 그 많은 눈을 다 받고 서서는 무겁다는 말 한 마디 못하고 구부정한 허리 처진 어깨 기지개에 진저리라도 한 번 시원하게 쳐 봤으면 꽃 한 번 못 피워본 어린 가지들이, 행여 다칠까봐 조각난 겨울 햇살에 눈물만 흘리고 있다 내가 詩라고 우기는 글 2006.07.05
무늬 무늬 (2006,3) 일곱 번 째 실업수당 받으러 노동부 가는 날 아침 앞을 막아선 현관 유리문의 구름인 듯, 꽃잎인 듯 안개 같기도 한 양각과 음각의 무수한 경계들 사물의 온전한 모습은 빛이 직진할 때 뿐 빛은 보이는데 형체를 나타내지 않는 현관문 밖 풍경이 왜곡되었다 반투명으로 흔들리는 문 바람은 .. 내가 詩라고 우기는 글 2006.07.04
마파람이 불면 마파람이 불면 오슬오슬한 습기를 머금고 바람이 불면은요 보글보글 거품을 문 게들이 까닥까닥 딱지 속에 눈을 감추고요 엊그저께 모를 심은 뒷집 아저씨는 자전거에 삽을 챙겨 다랭이로 가고요 어느 해 오월에 바람같이 사라졌다가 석 달만에 나타났다던 광주 사는 외삼촌은요 뼈 마디마디에 쑥국.. 내가 詩라고 우기는 글 2006.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