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詩라고 우기는 글

풍경

보배59 2008. 2. 26. 23:01

풍경(風磬)


-최종렬-


의무적인 저녁을 먹고
일일연속극 앞에 앉아
내 빈약한 상상력을
야금야금 갉아 먹는다
화면 한 귀퉁이에
건전지잔량 표시같은
상상력의 한계라도 표시해줬으면 생각하며

화면 가득히 줌-인된
어느 산사의 처마끝에
물고기 한 마리
금속의 지느러미와 꼬리를 흔들며
온 몸으로 부딛쳐
생각의 졸음들을 깨우고 있다

어디다 몸을 부딛쳐 볼
용기도 없는 나는
바람개비라도 하나 만들어 새워놓고
바람부는 날에라도
바람바람 돌아가는 소리로
풍경을 대신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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