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시장 (2006.04)
며칠 전 귀가길에서 사 온
떨이라는 말로 상표를 대신한
향기가 없는 건
내 오랜 알레르기 비염 때문이라 치고
거죽까지 쭈글쭈글해진
사과 몇 알
날카로운 과도끝을
아니라고,아직도 멀쩡하다고
번뜩이며 한사코 붙잡는
미끌한 저 과즙
동네 문방구에서 산
한 세트에 네 장 들어 있는
이력서 뭉치를 세 번이나 샀는데
마지막 남은 한 장
과즙의 절박함을 알기나 하는지
마흔여덟
유통기한은 아직도 멀었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싸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