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詩라고 우기는 글

마파람이 불면

보배59 2006. 5. 12. 20:08

 

 

    마파람이 불면

 

 

 

  오슬오슬한 습기를 머금고

  바람이 불면은요

  보글보글 거품을 문 게들이

  까닥까닥 딱지 속에

  눈을 감추고요

 

 

  엊그저께 모를 심은

  뒷집 아저씨는

  자전거에 삽을 챙겨

  다랭이로 가고요

 

 

  어느 해 오월에

  바람같이 사라졌다가

  석 달만에 나타났다던

  광주 사는 외삼촌은요

  뼈 마디마디에

  쑥국새가 둥지를 틀고

  쑥국쑥국 울어 대고요

 

 

  그 외삼촌을 바람으로 기다렸던

  외할머니는요

  뼈에 숭숭 뚫린 구멍으로

  바람이

  휘융휘융 지나간데요

  마파람만 불면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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