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
● 핵심 정리
* 지은이 : 윤선도
* 갈래 : 평시조, 연시조(전 40수)
* 성격 : 강호한정가(江湖閑情歌), 어부가(漁父歌)
* 운율 : 정형률, 4음보, 3·4(4·4)조
* 특징
..........① 구체적인 심상(시각, 청각)이 잘 드러나 있다.
..........② 여음구를 삽입하여 어부 생활의 흥취를 돋우고 있다.
..........③ 순 우리말을 사용하여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리고 있다.
..........④ 다양한 표현 방법(대구법, 반복법, 은유법)을 사용하고 있다.
..........⑤ 시조의 기본 음수율과 음보율을 일정하게 지킴으로써 음악성을 획득하고 있다.
* 주제 : 자연 속에서 한가롭게 살아가는 여유와 즐거움
● 원문 및 해설
해설 |
우는 것이 뻐꾸기인가 푸른 것이 버드나무 숲인가. ☞ 배에서 바라본 어촌의 봄 풍경 |
해설 |
연잎에 밥을 싸고 반찬은 준비하지 마라. ☞ 배 위에서의 흥취 |
해설 |
세월을 떠난 곳에서 좋은 일이 어부의 생활이 아니더냐. ☞ 추강에 배 띄우는 흥취 |
해설 |
지난 밤 눈이 갠 후에 경치가 달라졌구나. ☞ 눈 덮인 강촌의 아름다움 |
● 감상의 길잡이
이 작품은 1651년에 윤선도가 자신이 은거하던 보길도를 배경(부용동에서 은거할 때 지음)으로 읊은 40수의 연시조이다. 이 작품의 구조는 상당히 정제되어 있다. 우선 춘하추동의 각 계절에 따라 10수씩을 배정하고 계절의 변화에 따른 경물의 변화 내지 어부의 생활을 차례대로 형상화한다. 또 각 작품마다 삽입되어 있는 여음은 출범에서 귀선까지의 과정을 질서 있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 노래에서 冬詞의 마지막 수, 즉 총 40수 중 가장 마지막 수는 단순히 동사의 끝이 아니라 노래 전체에서 반복되어 온 흥취를 강렬하고 도도하게 집약해 줌으로써 가사의 결사와 같은 구실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은 고려후기의 <어부가>와 이현보의 <어부가>를 이어 창작한 작품이다. 그러나 자연의 묘사나 어부의 일상을 표현하는 데서 차이가 있다. 이현보의 <어부가>의 세계가 달빛이 희게 내리비치는 산수, 즉 채색이라고는 전혀 없거나 극히 억제된 엄격성을 지닌 강호였으며, 어부의 생활도 근경이 아닌 원경에서 피상적으로 묘사되곤 하던 것에 비해,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는 자연의 묘사나 인물의 행위를 매우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표현하며, 어부의 일상도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고도 생생하게 그려져 실감을 준다는 데에 차이가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어부가>계열의 정수이며, 강호가도 문학의 결정판이라고 평가한다.
이 작품이 기존의 <어부가>와는 달리 자연과 인물의 행위 묘사를 훨씬 생동감 있고 실감나게 한다는 것은, 달리 시적 주인공의 내면에서 우러나는 태도의 변화와도 직결된다. 이현보의 <어부가>에서의 시적 주인공은 강호에 속해 있으면서도 정치 현실을 완전히 망각하고 안주할 수는 없었기에, 그 안에서 아무 거리낌이나 그늘 없이 도취되는 풍성함에까지 이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어부사시사>의 시적 주인공은 강호에서 누리는 나날의 넉넉함과 아름다움에 관심을 집중시키며 여기서 고양된 기쁨과 충족감이 곧잘 '흥(興)'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는 역사상 강호 시가의 시대적 변모라는 커다란 흐름과 관련된다. 이현보의 <어부가>가 지어진 16세기와 <어부사시사>의 배경인 17세기 강호 시가의 동향과 시인들의 정치적 세계관과 관련이 있다.
名利와 부귀를 탐하는 세속적 삶으로부터의 隔絶(격절)을 추구한다는 기본 주제는 고려말의 <어부가>와 <농암 어부가> 및 윤선도의 <어부사시사>에 공통적인 것이다. 그리고 세계 인식이 '혼탁한 정치 현실'과 '청정한 강호'라는 대립적 공간 구도를 동반하게 된 점도 같다. 이현보의 <어부가>는 이러한 대립적 구도 앞에서 느끼는 '시름'과 그로부터 초탈하여 '무심'에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 사이의 모순 내지 긴장 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극히 억제된 수묵화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러나 <어부사시사>에서는 '시름'이 없다. 그 대신 강호에서 누리는 나날의 넉넉함과 아름다움에 집중되며, 바로 여기에 고양된 기쁨과 충족감이 興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것은 이 시조의 맨 마지막 시인 "어와 져므러 간다 宴息(연식)이 맏당토다 / 눈 쁘린 길 블근 곳 흣터딘 흥치며 거러가셔 / 雪月이 西峰의 넘도록 松窓을 비겨 잇쟈"에 집중된다. 하루가 저물어 가는 무렵 그의 눈앞에 펼쳐진 이 강렬한 색채의 구도에서 작중 인물의 고양된 흥취가 선명하게 시각화된다. 더욱이 6음보의 빠른 음보도 한 몫을 한다. 이 부분의 색채 이미지는 길을 덮는 눈의 흰빛은 세속을 초월한 무심의 경지에, 그 위에 흩뿌려진 붉은 꽃잎들은 시인 혼자만의 드높은 흥취에 조응된다.
<농암어부가>는 세속으로부터의 초월, 강호에서의 평정과 自樂이지만 그 내면에는 수기치인의 완성이라는 유가적 이상의 한 부분을 포기 또는 유보할 수밖에 없는 데 대한 탄식이 지워지지 않는 심적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 때문에 <농암 어부가>의 어부는 마음을 다 터놓고 강호의 즐거움에 몰입하지 못한 채 근심의 빛깔이 서린 자기 억제의 풍모를 간직했던 것이다.
<어부사시사>의 드높은 흥은 바로 이 정치적 이상주의의 牽引力이 약화되는 한편, 강호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안에서의 高雅한 즐거움의 향유라는 측면이 강화 확대된 결과라고 이해한다. 다시 말해서, '혼탁한 정치 현실 - 청정한 강호'라는 양분법적 의식을 공유하면서도 윤선도의 경우는 강호 저편의 세계에 대한 근원적 책무라는 것보다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강호에서의 미적 감흥과 기쁨의 직접성이 더 강하게 작용했던 것이다.
16세기의 강호 시가는 중앙 권력을 장악한 훈구 세력에 대한 사림이 성리학적 근본주의를 이념으로 하여 정치적 도덕적 도전을 추구하던 의식의 소산이었다. 반면 16 세기 말 - 17세기의 강호시가는 사림의 정치적 승리 이후 그러한 이념의 도전적 변별가치가 약화되고 그 대신 정치적 이합에 따른 분파들 사이의 쟁투에서 失勢하거나 그런 세태를 혐오한 사대부들에 의해 산출되었다. 따라서 16세기의 강호는 이념적인 수기의 공간이었으나 16세기 말 이후의 강호는 현실 정치의 혼탁함으로부터 떠나 자연의 아름다움과 넉넉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심미적 충족, 해방 드높은 흥취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 참고 자료
1. 어부사시사의 문학사적 전통과 특징
고려 시대부터 전해 오던 <어부사>를, 조선 명종 때 이현보가 <어부가>로 개작하고, 윤선도가 다시 후렴구만 그대로 넣어 40수로 고친 것이 <어부사시사>이다.
원래의 <어부사>와 이현보의 <어부가>는 한문 고시를 그대로 따서 토를 붙인 것에 불과한 데 비해, 윤선도는 순 우리말로 바꾸어 표현하였다.
2. 어부사시사의 후렴구
이 작품은 후렴구(여음)를 제외하면 평시조의 형식이 된다. 초 중장 사이와 중 종장 사이의 후렴구는 어부 생활의 흥취를 표현하는 동시에 고려 때부터 전해져 오던 어부사의 민요적 성격을 계승하고 있다.
① 이어라 - '(노를) 저어라'의 뜻
② 지국총 지국총 - '찌거덩 찌거덩' 하는 노젓는 소리를 음 차한 후렴구
③ 어사와 - 어부들이 '어여차', '어기여차'하고 외치는 소리를 음차한 후렴구
④ 배 떠라: '배를 띄워라'하는 뜻
⑤ 초장 다음의 여음은 일정한 규칙성을 가지고 반복된다.(배를 타고 가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
3. 이현보의 '어부가(漁父歌)'와 윤선도의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고려 때부터 전하여 온 '어부사'를 중종때 이현보가 '어부가' 9장으로 개작하였고, 이것을 다시 고산 윤선도가 후렴구만 그대로 넣어 40수로 고친 것이다. 이현보의 '어부가'에서 시상을 빌어 왔다고 하나 후렴만 떼고 나면 완전한 3장 6구의 시조 형식을 지니면서, 전혀 새로운 자기의 언어로써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는 시조이다. 원가(原歌)와 이현보의 개작가(改作歌)는 한문 고시(古詩)를 그대로 따서 토를 붙인 것에 불과한데, 난삽한 한시구(漢詩句)를 순우리말로 바꾸었다. 특히, 기교면에서 대구법의 처리, 환경 변화와 시간의 추이(推移)에 따른 시상(詩想) 전개의 조화가 주목할 만하다. 이 작품이 기존의 '어부가'와는 달리 자연과 인물의 행위 묘사를 훨씬 생동감 있고 실감나게 한다는 것은, 시적 주인공의 내면에서 우러나는 태도의 변화와도 직결된다. 이현보의 '어부가'에서 시적 화자는, 강호(江湖)에 속해 있으면서도 정치 현실을 완전히 망각하고 안주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무런 시름없이 자연에 몰입하는 경지에까지는 이를 수 얼었다. 그러나 '어부사시사'에는 그와 같은 그늘이 보이지 않는다. '어부사시사'의 시적 관심은 강호의 넉넉함과 아름다움으로 집중되고 있으며, 여기에서 고양된 기쁨과 충족감은 곧잘 '흥(興)'으로 표현되곤 한다. 이와 같은 시인 혹은 시적 화자의 태도 변화는 단순히 작가 개인의 남다른 시적 형상력에 기인한 것으로 보아 넘길 수만은 없다. 이는 강호 시가의 시대적 변모라는 커다란 흐름과 관련지어 이해해야 한다. 이현보의 '어부가'에 담긴 정치적 세계관은 부패한 현실과 완전한 도덕적 이상이라 는 비타협적 대립항을 근간으로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호의 삶을 노래할지라도 자연미(自然 美)의 즉물적 탄상(歎賞)이나 감흥에의 과도한 몰입은 자제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6세기 말에 서 17세기까지의 강호 시가는 그 양상이 달리 나타난다. 사림(士林)이 정치적으로 승리를 거둔 이 후, 이념의 도덕적 변별 가치가 약화될 수밖에 없었고, 일부 사대부들은 오랜 정치적 쟁투에 혐오를 느껴 강호에 묻혀 지내게 된다. 이런 시대적 흐름으로 인하여 16세기 말 이후의 강호 시가에서는 자연이 심미적 충족의 공간이요 흥취의 공간으로서 자리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4. '어부(漁父)'의 의미
'어부(漁夫)'는 일반적으로 고기잡이를 업으로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는 고기잡이를 생업으로 하는 '어부(漁夫)'가 아니라 '어부(漁父)' 즉 강호 자연을 즐기는 사대부로서 가어옹( 漁翁, 가짜 어부라는 뜻으로 속세를 떠나 강호에서 낚시하면서 시나 읊고 술잔을 기울이던 양반을 이르는 말)의 입장에서 지어진 작품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자연과의 갈등이나 투쟁 혹은 생계 유지의 수단으로서 고기잡이 등은 그리지 않았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자연을 서경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자연미는 존재하나. 그 속에 사는 생동하는 생활인은 없는 셈이다. 즉, 윤선도가 추구하는 자연은 직접적인 대립상이나 생활 현장의 생동하는 모습이 결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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