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2006.11.6)
목포에 온 지 한 주가 되었네.
사업을 하다가 부도를 경험한 친구의 간절한 부탁에, 누구 말마따나 ‘고향에 가깝다’는 핑계로, ‘잘 생각해보라’는 아내를 안심 시키느라 애도 썼지만 어찌됐든 아주 객지는 아니기에 이곳 ‘목포’에 오게 됐네.
25 년여를 제 2의 고향이라고 믿으며 터를 잡았던 군산을 떠나려니, 내가 그동안 무슨 큰 잘못을 해서 어디로 ‘유배’를 가는 건 아닐까 하는 기분이었네.
사랑스런 마누라에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은 알토란같은 새끼들이 있는 가정을 남겨두고 혼자서 떨어져 있어야 하니 .......
그래서 앞으로는 이곳을 ‘유배지’로 부르기로 했네.
다 해봐야 직원이 열한 명밖에 안 되는 작은 회사에서 영업상 필요하다며 내게 ‘전무’라는 직함을 주네. 하지만 여지껏 직장생활 하며 ‘부장’보다 더 높은 직함을 가져보지 못한 나는 영 껄끄럽네, ‘상무’라면 몰라도 .......
거 있잖은가 한동안 유행했던 ‘상무’ 중에서도 꼭 해보고 싶었던 ‘술상무’.
업무상 상대방에게 술 접대를 할 때 사장을 대신해서 거래처 사람과 술을 마셔주는 사람. 물론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회사를 대표해서 말일세.
살신성인의 정신이 어찌 멋있지 않은가.
결국은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아야 된다는 내 의견을 존중해줘서 ‘부장’으로 낙찰을 봤네.
요즘은 업무파악 하느라 정신없이 바쁘지만 틈나는 대로 소식 전함세.
몸 건강히 잘 있게나, 친구.
아무리 유배지라도 정이 들면 좋은 일도 생기겠지, 안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