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대리운전 시키신 분

보배59 2006. 5. 21. 22:41
 

대리운전 시키신 분 !


  객지에서의 ‘노가다’ 일이 며칠째 없다기에 마냥 놀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알바’로 대리운전을 하기로 하고 ‘월드컵대리운전’이라는 곳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 전화번호도 2006 번으로 끝나고, 경적을 울릴 때도 ‘대~한민국’ 이라는 박자에 맞춰서, ‘빠~방 빵빵’하고 다니는 대리운전이다.

 

  오후 7 시부터 새벽 3 시까지 근무를 하면서 나도 술에 취했을 땐 저랬을까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어차피 자기 차 운전을 대신 시키는 사람들이야 술에 취한 상태는 거기서 거기겠지만 사람에 따라서 별의별 유형이 다 있다.

  길지 않은 5 일 동안 겪어본 ‘대리운전 시키신 분’들의 유형을 몇 가지로 분류해 보았다.

 


유형 (1) ; 이 차 비싼 차여 !


  보통 오후 7 시가 지나면서부터 ‘콜’이 들어 오는데 11시 이후부터가 피크 시간대이다. 첫째 날 11시 조금 넘어서 무전을 받고 군산대학 앞쪽에 있는 용 무슨 갈비집 앞에서 손님을 만났는데 차 키를 받아들고 차를 보니 ‘오피러스’. 길에 다니면서 보기는 많이 봤었다. 그때마다, “고놈 참 클래식 하고 듬직하게 생겼다” 생각만 했었는데 운전석에 앉아보니 생각했던 데로 듬직하긴 듬직하다. 시동을 걸기 전에 해야 하는 준비로 기어가 수동인지 자동인지 확인을 하고, 브레이크나 클러치같은 페달과의 거리가 내 발에 맞는 지, 사이드 미러 각도는 맞는 지, 또는 전방 시야는 괜찮은 지 등을 점검하는데, 그 차 주인의 체격이 나보다는 훨씬 커서, 아니 내가 키도 작고 다리도 짧아서 십중팔구 남의 차를 타면 운전석 의자를 앞으로 당겨야 하는 터라, 당연히 의자를 앞으로 당기려고 의자밑에 손을 넣어 조정 레버를 찾았는데 없다. 순간 번뜩 스치는 생각이 언젠가 누구한테서 들은, 비싼 차는 스위치만 누르면 의자가 앞으로 뒤로 위 아래로 움직이더라는 말. 정신없이 계기판을 보니 휘황찬란한 야광 불빛으로 별놈의 표시가 다 있는데, 차근차근 조사해볼 수도, 되나 안 되나 실험을 해볼 수도 없는 상황. 더군다나 계기판 전체를 한꺼번에 보니 꼭 영화에서 봤던 비행기 조종석을 보는 것 같아 하나씩 차근차근 짚어보기로 하고 손가락을 계기판 쪽으로 갖다 대려는 순간, 그때까지 조수석에서 지그시 눈을 감고 있던 차 주인 왈,

 “아무것도 만지지 말고 운전만 하세요!” 

 다시 말해서 이 차 비싼 차니까 더 이상 알려고도 하지 말고, 이것저것 만지지도 말고 운전만 하라는 것이다. 1300cc짜리 소형 승용차 이상은 운전을 해본 적이 없는 내가 한참 큰 차를 그것도 운전석 의자가 몸에 맞지도 않는 상태에서 운전을 하려니 난감할 수밖에, 그래도 어쩌겠는가, 비싼 차 타는 분(?), 거기다 술 취한 분(?)인데.

 

 이 차를 목적지까지 무사히 옮겨줘야 2000원을 버는데, 그래서 ‘녭!’ 하고 운전만 했다. 그래도 자동변속기여서 다행이었지만, 페달을 밟으려고 엉덩이를 앞으로 쭉 빼서 몸은 뒤로 젖혀지고, 그러다 보니 차 앞 범퍼가 도대체 어디쯤 있는 지, 사이드미러를 보니 도로 노면은 보이지 않고 엉뚱한 곳만 보이고.......

 

  군산대 앞에서 우신동영아파트까지 가는데 목숨을 걸고 갔다.

 

  비싼 차 대리운전 시키시는 분들, 사고 나면 같이 다칩니다. 운전하는 사람이 최적의 상태에서 운전을 할 때 안전을 책임질 수 있습니다. 모르는 것같으면 알려주고 시킵시다.

 

  어디 ‘오피러스’만 그런가, 새로 나온 쏘나탄가 뭔가 하는 차를 한 번 타고는 키를 달랬더니 시동이 걸려있단다. 엔진 소리가 안 들릴 뿐만 아니라 키가 꽂혀있어야 할 곳에 키가 없는데....... 자세히 봤더니 무슨 스위치만 돌리면 시동이 걸리고, 엔진소리도 너무 조용해서 안 들렸던 것이다.

 

  아무튼 나는 ‘비싼 차’가 싫다. 대리운전 하는 동안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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