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차
옆 차선에서 나란히 달리고 있는 닭장차를 바라본다 맹렬하게 달리는 트럭 위 칸칸이 나뉜 닭장에 몇은 지그시 눈을 감고 몇은 풍경을 읽고 몇은 닥닥 쓰린 제 속을 더듬고 있다 몇은 가족과 나눈 아침인사를 생각하고 몇은 일터의 서류를 생각하고 몇은 어제의 과로를 되작거리로 있다 솜사탕 같은 햇볕은 닭장을 비켜 가고 빠른 속도에 날리는 깃털은 싸락눈 같다 제가 탄 것이 속도인 줄도 모르는 채 속도를 벗어나는 순간 죽는다는 것도 모르는 채 저를 가둔 것은 닭장이 아니라는 것도 속도가 제 털을 뜯어가는 것도 모르는 채 옆 차선에서 나란히 달리고 있는 고속버스를 바라본다
김 영. [다시 길눈 뜨다] . 2006. 모아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