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詩

닭장차

보배59 2006. 5. 12. 18:32

 

  닭장차

 

 

 

옆 차선에서 나란히 달리고 있는

닭장차를 바라본다

맹렬하게 달리는 트럭 위

칸칸이 나뉜 닭장에

몇은 지그시 눈을 감고

몇은 풍경을 읽고

몇은 닥닥 쓰린 제 속을 더듬고 있다

몇은 가족과 나눈 아침인사를 생각하고

몇은 일터의 서류를 생각하고

몇은 어제의 과로를 되작거리로 있다

솜사탕 같은 햇볕은 닭장을 비켜 가고

빠른 속도에 날리는 깃털은 싸락눈 같다

제가 탄 것이 속도인 줄도 모르는 채

속도를 벗어나는 순간 죽는다는 것도 모르는 채

저를 가둔 것은 닭장이 아니라는 것도

속도가 제 털을 뜯어가는 것도 모르는 채

옆 차선에서 나란히 달리고 있는

고속버스를 바라본다 

 

 

 

 

 

         김 영. [다시 길눈 뜨다] .  2006.  모아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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