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유배지에서 (3)

보배59 2006. 12. 25. 18:36

                주말부부

 

 

  이곳의 공식적인 근무시간은 아침 여덟 시부터 저녁 여섯 시까지다. 하지만 공장에서 일을 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열두 시간씩 2교대여서 정확히 여덟 시에 교대를 하니 나도 그들에게 맞춰서 같이 밥을 먹을 때가 많다. 그래도 금요일만 되면 여섯 시가 땡이다.

 

  카자흐스탄에서 왔다는 샤샤, 알리, 조드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집에 가야한다. 아내와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가정이 있으니까.

 

  누구 말대로 환상의 주말부부, 아니면 꿈의 주말부부다.

  객지에서 일을 해야 하기때문에 주말부부가 됐다고 하자 어떤 친구가 해준 말이다.

 

  그 말이 맞는 지 안 맞는 지는 더 있어봐야 알겠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요리솜씨 좋은 여자랑 사는 남자들은 행복 하겠다며 마누라 손맛을 타박 했었지만, 20 년을 같이 살면서 나도 어쩔 수 없이 거기에 길들여졌나보다. 친구 아내가 나름대로 애써서 해주는 음식이 영 입에 낯설다. 어디 입맛 뿐인가. 식사시간이 되었는데 무슨 일로 준비를 않고 있을 때는 배가 고파도 밥 달라고 말하기도 미안하고, 그렇다고 집에서처럼 손수 챙겨서 먹기도 그렇고, 어쩌다 숙소에서 일찍 잠에서 깬 날 아침이면 친구 내외 밥 먹는 시간까지 기다리는 것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잠자리는 또 어떻고, 어떤 사람들 처럼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못자는 그런 까탈은 아니지만 혼자든 누가 옆에 있든 내집이 아닌 것에 얼마나 신경이 쓰이는 지. 차츰 익숙해 지겠지만 그때가 언제가 될런지......

 

  굳이 좋은 점을 찾는다면 잔소리를 조금 덜 듣는다는 것. 거짓말을 조금, 아주 조금 해도 직접 보지 못하니까 속아 준다는 것. 그리고 일주일 만에 만나면 마누라가 조금 더 이뻐 보이고, 살이 조금이라도 쪘는 지 빠졌는 지 금방 알 수 있다는 것. 아이들에게도 더 잘해주게 되고 그래서 가족들이 다 좋아한다는 것.

 

  나처럼 결혼 전 연애기간이 짧았던 사람이면 해볼 만은 하지만 너무 오래는 하지 말았으면 싶다.

 

  분명한 것은 '환상'이니 '꿈'이니 하는 말은 쓰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