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퀸'에서
'모텔 퀸'에서 (친구에게)
(2006.5.8)
우리 숙소 이름이다. ‘모텔 퀸 ! '
경춘 국도 46호선 청평과 가평 사이 호명산과 불기산 사이, 도로 옆으로는 북한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상천천’,‘중간천’ 또는 옛날 어떤 스님이 물맛이 달다고하여 붙여졌다는 ‘감천’이 흐르는 옆에, 가평군 청평면 상천리, ‘배연정 소머리국밥집’이 있고, ‘에덴유스호스텔’과 ‘에덴스포츠타운’이 건너다보이는 곳에 있는 ‘퀸 모텔’.
팀원이 여덟 명인데 방이 큰 게 없어 두개를 빌렸는데 네 명이 자기에는 비좁지만 숙박요금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세 명은 나란히 자고 한 명은 T자 모양으로 머리맡에서 자기로 했다.
5층짜리 건물에서 5층에 있는 507,508호였는데 2,3,4 층은 우리같은 장기투숙객에게는 어림도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전망이 좋은 편이어서 오후에 작업 종료하고 숙소에 들어와 창문을 열어보면 건너다보이는 국도 46호선 서울 방향은 항상 차들이 밀려있는 게 보이고, 에덴유스호스텔 지붕위의 에펠탑 모양 구조물의 조명이 멋있다.
엊그제 비가 많이 와서 일도 못하고 숙소에만 있는데, 뒤에서 흐르는 ‘감천’의 물이 불어서 제법 소리를 내서 흐르고, 불어난 물 때문에 헤엄치는 고기들도 보이고 해서 모텔 뒷마당에 나가 냇물 소리를 들으며 구경을 하고 있었더니, 언제 어떻게 알았는지 주인아저씨가 나와서는 빨리 들어가란다. 이유인즉 사람들이 밖에 보이면 손님이 들어올려다 가버린단다. 아니, 사람들이 묵어가는 숙소인데 왜 사람이 보이면 안 되며, 또, 내가 나와 있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알고 보니 고놈의 CC-TV인가하는 걸로 밖을 다 보고 있었던 것이다.
어쩐지 첫날 우리 차에 값비싼 공구가 많이 실려 있는데 괜찮겠냐고 했더니 걱정 말라고 했던 생각이 난다.
하는 수없이 방으로 들어 왔는데 여덟 명의 팀원들 중에서 네 명은 집이 수도권이어서 다녀온다고 갔고 두 명은 청평 읍내로 나가 PC방에서 놀다 온다고 하고, 결국은 두 명 남았는데 밖에도 못나가고 ‘모텔 퀸’의 5 층 방에서 하루 종일 창밖만 내다보며 지낼 수밖에 없었다. ‘모텔 퀸’에서의 감금 생활이었다.
이틀 동안 많은 비가 오리라던 일기예보도 빗나가서 하루 만에 하늘은 말짱한데, 이틀 예정으로 놀러간 사람들은 오지 않고, 말짱한 날 ‘모텔 퀸’에서 우리는 TV만 보면서, 아니 주인 눈치까지 보면서 이틀을 보냈다.
비가 오는 동안은 흙탕물이던 감천의 물은 하루가 지나자 무지하게 맑아진 채로 철철 흐르고 있고, 거기에다 꼭 발을 한 번 담가보고 싶은데 고놈의 CC-TV가 보고 손님 쫓는다며 뭐라고 할 것 같아서, 그냥 소주 두 병 사다가 둘이서 마시고 TV 만 보고 말았다.
‘모텔 퀸’에서의 이틀, 감옥 같은 이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