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청평에서
보배59
2006. 9. 24. 21:10
친구에게
(청평에서) (2006,5,6)
자네는 믿겠는가
달이 집을 나갔다는데
청평과 가평사이 상천리에서
어제 심은 고춧모가
전국적인 비로 파릇파릇
싱싱하네만
약이 찰려면 아직 멀었다고
열하룻 달이
글쎄 집을 나가서야
하기사, 호명산 기슭으로 난
청평 상류댐 가는 길이
자꾸 번들거리는 차들을
시도 때도 없이 끌어들여
어디론가 숨어들어 가는데
가슴이 다 여물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것는가
상천역을 둘러싼 산봉우리들이
공범이 아닌가 심증은 가네만
간이 역사 앞 공터에서 조는 척하는
백구 두 마리는
알고 있을 것 같은데
다래나무 새순을
배낭 가득 따온 서울 아낙 몇은
청량리행 막차만
핑계처럼 기다리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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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꾼들이 정해놓고 밥을 먹는 '해조가든' 벽에 한문으로 된 액자가 하나 걸려 있는데, 필체가 어지러워 내 짧을 실력으로는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으나, 그중에 ‘月家出’이라는 세 자는 알아볼 수 있구만. 그냥 멍하니 밖을 봤더니 산으로 둘러싸인 이 동네는 해만 지면 깜깜한 것이 진짜로 달이 집을 나가고 없는가 하네......
그러고 보니 집을 나간 건 달 만은 아닌 듯,
몇몇 집은 대문조차 허물어져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