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개망초

보배59 2006. 7. 9. 20:03
 

내가 일하는 운전학원 장내코스 중에

‘경사로’ 구간이 있는데,

작은 언덕같이 생긴 경사로의 맨 꼭대기에 올라가서 보면,

학원 울타리 너머 오백 평 남짓한 묵정밭이 있다.


잡풀들이 무성한 그곳에 요즘 망초꽃이 왁자하게 피어 있어서,

<매밀꽃 필 무렵>의 봉평장에서 대화장으로 가는 길섶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을 지경이다.


며칠 전 여대생이라는 수강생 교육을 하면서 경사로 연습을 하던 중에

꽃밭 아닌 꽃밭을  가리키며, 저게 무슨 꽃인 지 아냐고 물었더니

“음, 글쎄요, 민들레?”

“엥?......”


해마다 이맘때면 들판에 허옇게 무리지어 피어있는 개망초 군락을 보면서

<매밀꽃 필 무렵>의 허생원이나 떠올리는 내가,

식솔들 생계를 책임지는 40 대 가장으로서 한심한 건 아닌지,

도시에서 낳고 자란 대학생이 망초꽃을 민들레라고 하는걸 보면서

안쓰러워해야 하는 건 아닌지.......


각시한테서 언젠가 들었던 핀잔이 퍼뜩 떠오른다.


“먹고 사는 일에나 그렇게 신경 좀 쓰지, 시시콜콜 쓸데없는 것들은 알아서 뭐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