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 (2); 주차의 달인
유형 (2): 주차의 달인
‘주차의 달인’ 우리 식구들을 태우고 대형 마트에 가서 주차를 할 때나 우리 동네 좁은 골목에서 주차를 할 때 우리 아이들이 나한테 하는 말이다.
나중에 빠져나올 것을 생각해서 후진주차를 주로 하는데, 앞으로 갔다가 한 번의 후진으로 정확하게 양쪽 간격을 맞추면서, 문을 열고 사람이 타고 내릴 것까지 생각하며 차를 세우는 걸 보고 우리 식구들은 마냥 감탄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5 년 동안이나 운전학원 밥(?)을 먹지 않았는가. 운전면허 따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기능시험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주차’아니던가. 그런 것을 5 년 동안 가르쳤으니 당연히 자신이 있을 수밖에.
하지만 어디든 예외는 있었다.
하루는 젊은 사람이 술이 떡이 되서 대리운전을 시켰다. 아파트 앞까지 가는 동안 자는 것 같아서 내심 저러다 깨우기 힘들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는데,
“몇 동 앞에 주차 할까요?” 했더니 벌떡 일어나서는 지하 주차장으로 안내를 하더니 다른 빈자리도 많은데 기둥 옆에 있는 주차 선을 가리키며 거기에다 이쁘게 세워 달랜다.
옆에 차도 없고 해서 조금 여유 있게 간격을 두고 주차를 했더니 주차 간격이 안 맞다고 기둥 쪽으로 더 붙여 달라며 조수석 창문까지 내리고 고개를 내밀어 확인을 한다.
차가 요즘 유행하는 레져와 승용을 겸한 RV 뭔가 하는 조금 높은 차인데다 사이드 미러도 내 눈높이에 맞지 않아 주차선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머리뿐 아니라 상체까지 밖으로 다 내놓고 있어서 오른쪽 뒷부분이 전혀 보이지가 않고, 조금이라도 실수를 해서 차에 흠집이라도 생기면 큰일이다 싶어, 조심조심 주인의 지시에 따라 조금씩 움직였더니,
“내리세요, 내가 할 게요”
단호하게 핸들을 뺏어버렸다.
차에서 쫓겨나서는 술 취한 정도를 걱정하며 옆에서 지켜보는데, 핸들을 한 손으로 획 꺾어서는 앞으로 쑤욱 나가더니, 다시 꺾인 핸들을 풀면서 후진을 하는데, 지하주차장 기둥과는 10cm 정도의 간격, 주차선과는 정확한 평행선.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속으로)......
차에서 내리던 주인이 의기양양하게 혀 꼬부라진 소리로, “나 술 취해도 운전은 잘해요......”
그래, 인정한다. 주차의 '달인' .
아니, 음주 주차의 '달인'......,
술만 마시면 '달인'이 되는 사람들......
예고;유형(3);여기까지만
유형(4);챙길 것은 챙겨야지
유형(5);니 맘대로 하세요
유형(6);인간 네비게이션
등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