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건강검진
보배59
2006. 9. 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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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에서 무료로 건강 검진을 해준다기에 어제 저녁 부터 금식을 하고 아침 일곱시 반에 동사무소 앞 집결 장소에 갔더니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일정한 나이 이상만 해 주는 걸로 아는데 우리 동네에는 내 또래는 별로 살지 않는가 보다. 하기사 요즘같이 아파트가 많이 보급된 새상에 '선양동'같은 말랭이 동네에다 일제시대 적산 가옥들을 조금씩 고쳐서 사는, 말이 단독 주택이지 이런 동네에서 젊은 사람들이 살리가 없을 거다. 그렇다 치고 내가 저런 어르신들과 함께 건강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문득 내 나이가 벌써 그렇게 됐나 싶어 갑자기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며칠전 통지서를 받고서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생각하다 위암 검진을 하다기에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아홉살부터 그 독한 소주를 그렇게 마셔댔는데 혹시 하는 생각에서다. 하고많은 술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 하는 건 '소주'다. 맥주는 돈은 비싼데 빨리 취하지도 않고 조금 마시다 보면 화장실이나 들락거리게 되고,막걸리는 배만 부른 데다가 트림이라도 하게되면 냄새 때문에 품위 유지 문제가 있고,하지만'소주'는 조금만 마셔도 금방 취기가 올라와 효과 면에서도 그만이지만 돈이 적게 들어서 좋다. 고등학교때 동생들 데리고 자취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로 사진을 찍어 몇푼씩 번 돈으로 친구들이랑 조금씩 마시기도 하고,단골 술집을 정해놓고 마시기도하고,다니다 만 대학에서는 학보사 기자여서 모였다하면 술판이었는데다 방위병 시절에는 대대 인사과에서 시내 방위병들을 관리하는 직책을 맡고있어서 매일 예약해놓고 술 접대를 받았던데다,직장 생활 하면서는 또 얼마나...... 알콜 중독이 되어가는 모양이다.얼마 전부터 저녁때면 밥상에서 반주로 소주 한병씩을 마셨는데 조금씩 주량이 늘더니 두병도 거뜬하질 않는가. 결국은 아무래도 꺼림직해 동네 병원에서 받아본 혈액검사에서 '알콜성 지방간' 판정을 받고나서야 술을 조금 줄인다고 -끊는다고는 못하고-줄이는 중인데, 위암 검진 얘기가 나오니까 또 위가 걱정이 되는거라. 그래서 두가지 검사중 택일을 하라는데 '위투시'대신 고통스러워도 확실히 볼 수 있는 '내시경'을 하겠다고했다. 약물 몇가지를 목쪽으로 넘겨 얼얼하게 마취를 시키고 내시경을 입 속으로 밀어 넣는데 눈물이 다 나왔다. 서너뼘이나되는 내시경 케이블이 들락 날락거리며 밥통속을 이리 저리 뒤지며 돌아다니는데 꼼짝도 못하고 누워서 눈만 꿈벅거리며 화면만 쳐다보고 있었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는데 위가 조금 지쳐 있는 것 같고,위염 증상도 약간 보일려고 한단다. 얼마나 다행인가.그렇게 괴롭혔는데도 아직 멀쩡하다니,위에대해 새삼 감사하며,아! 위대한 위,대단한 밥통,아니 술통.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오늘은 술을 안마셨다. 내 나이도 이제부터 건강을 걱정하고 챙겨야 될때가 되었는가 생각하니 또 한 해가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