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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둥이낚시의 재미

보배59 2007. 11. 1. 22:29
 

망둥이 낚시의 재미



  드디어 군산에 망둥이 낚시의 계절이 돌아 왔다.

  해마다 이맘때쯤 무더위가 다 지나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 들판에 벼들이 누렇게 익기 시작할 때면 여름내 통통하게 살이 오른 망둥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군산 뿐만은 아닐 거고 갯벌이 잘 발달된 서해안 전체에 두루 퍼져 있겠지만 금강이 흘려 내려와 바다와 만나는 이곳에서 특히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이때부터 우리들의 낚시질이 시작되는 것이고 그래서 1 년을 기다렸던 것이다.


  첫 번째 재미


  모든 낚시가 다 재미가 있어서 즐기는 사람도 많이 있고 옛날처럼 어부들이나 하는 생계형 낚시가 아니라 스포츠로 즐기는 ‘꾼’들도 많이 늘었지만, 갯바위 낚시나 선상낚시, 민물낚시, 플라이낚시, 루어낚시같이 세분되어 있어서 각 분야마다 전문가들이 따로 있고 비용도 만만치 않겠으나 망둥이 낚시는 아무나 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중의 재미다. 낚싯대만 있으면 채비고 뭐고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낚으려는 대상 어종에 따라서 추의 무게와 크기, 바늘의 크기와 모양, 목줄과 원줄의 두께 등 복잡한 채비들이 있지만, 망둥이를 낚고 싶으면 군산에 있는 아무 낚시점이나, 심지어는 부둣가에 있는 구멍가게에 들어가 “망둥이 낚시랑 미끼 주세요.”하면 끝.  ‘묶음 추’라고 하는 적당한 크기의 추에 적당한 거리로 낚시 바늘 세 개가 묶여있는 채비를 낚싯대의 원줄에 걸고, 망둥이가 보면 입맛을 쩝쩝 다실 것 같은 통통한 갯지렁이를 바늘에 끼우고 바다에 던지면 그만이다. 남녀노소 누구든지 즐길 수 있는 것이 망둥이낚시의 첫 번째 재미인 것이다. 


  두 번째 재미


  두 번째 재미는 바로 가까운데 있다는 거~어.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갈 필요도, 갯바위 포인트를 찾아 옮겨다닐 필요도, 저수지나 강을 찾아 떠날 필요도 없다는 거~어. 그냥 집에서 나와 군산 해망동 어판장 앞이나 장항 어판장 까지 가는 동안 갯지렁이나 한 통(3,000원) 사가지고 어판장 바로 앞에 차를 세워두고 낚시만 던지면 된다는 거~어. 혹시 물때가 맞지 않아서 입질이 뜸하거든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실 수도 있고 라면을 끓여서 라면 국물에 소주라도 한 잔 할 수 있다는 거~어. 이게 바로 망둥이낚시가 재미있는 두 번째 이유라는 거~어.  


   세 번째 재미


  상상의 재미라고나 할까? 망둥이낚시는 추가 바닥에 닿아 있기 때문에 살짝 들었다 놨다하는 ‘고패질’을 할 필요가 없다. 낚시를 던져서 줄을 풀어주다가 추가 바닥에 닿은 느낌이 들면 줄을 다시 살짝 감아서 팽팽한 느낌이 들게 하여 낚싯대를 그냥 땅바닥에 놔두고 끝부분의 움직임만 바라보고 있으면 되는데 ‘손맛’을 느끼고 싶으면 낚싯대를 들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이때부터 상상력을 최대한 동원해서 머릿속에 그려보자. 추는 뻘 속에 반쯤 뭍혀있고 추 밑에 있는 바늘은 바닥에서 물살을 따라 흐느적거릴 것이고 추 위에 있는 두개의 바늘에 있는 갯지렁이도 바닥에서 살짝 떠올라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일 것이다. 낚싯대 끝에 톡,톡 하는 움직임이 오면 고기가 입질을 하는 것인데 미끼를 무는 게 아니라 먹을까 말까 망설이며 건드려보는 것이다. 이때는 대화도 가능하다. “그래 먹어봐, 뜸들이지 말고 그냥 덥석 물어, 먹어봐 맛있어......,”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낚싯대 끝이 토톡! 이나 툭,툭 일 때 챔질을 해봐야 먹으려고 하다가 그냥 놔버리는 상황이 되니, ‘투두두둑’ 하거나 ‘다다다닥’하고 끌고 가는 느낌이 들 때 낚아채야 된다. 망둥이를 잡아놓고 모양을 보면 알겠지만 이 녀석들은 입이 워낙 커서 미끼를 덥석 물고는 한번에 꿀꺽 삼키는 습성이 있는 것 같아서 아가미까지 삼켜버린 낚싯바늘을 빼내려면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다. 그래도 낚시를 던져놓고 바닷속 상황을 눈앞에 그리며 대화까지 나누다 보면 다른 낚시처럼 ‘세월을 낚는다’든지 하는 여유자적을 느낄 수 없을 만큼 바빠지게 된다.


  네 번째 재미


  다다익선이라 했던가. 한 마디로 많이 잡힌다. 망둥이를 낚다보면 지나가던 구경꾼들이 한참을 보다가는 “참 멍청하기는 멍청한 게벼......!” 하면서, “눈이 멀었나?” 하기도 한다. 물때가 잘 맞았을 때는 두세 명이서 두어시간 정도면 어지간한 양동이로 가득 찰 정도가 된다. 깨끗이 손질을 하고 소금 간을 살짝 했다가 말려서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겨울에 술안주로 하면 그보다 더 맛있는 게 없다며 모아가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낚아서 모았던 망둥이를 선뜻 내어주는 재미도 낚는 재미 못지않다.


  또 한 가지 재미를 더하자면 ‘즉석요리의 재미’다.

  내 친구들 몇이 일 년을 기다려 모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운탕 끓일 준비를 해가서는 망둥이 몇 마리 낚아서 돗자리 깔아놓고 즉석에서 끓여 먹는 매운탕과 대충 썰어서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망둥이의 맛.

  이런 재미 때문에 일 년을 참고 가을을 기다린다. 그런데 망둥이도 우리들을 기다릴까......????